‘젊은 건축가상’은 창의적으로 역량 있는 젊은 건축가들을 발굴하고 홍보함으로써, 건축의 문화적 저변을 확대하고, 이들에게 각종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을 통해 건축 및 도시문화 창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하나입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사업 중 하나로, 이번 기사에서는 2023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김남건축’ 건축 사무소와 함께한 인터뷰를 담고자합니다. 12월 20일부터 30일까지는 문화역284에서 ‘2023 젊은건축가상 전시’가 이루어지는데, 전시 관람에 대한 흥미 및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남 건축’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진휴, 남호진 두 사람이 운영하는 설계사무소입니다. 현재는 저희 말고 직원 두 명이 더 있는 4인 규모의 아뜰리에입니다. 건축을 좋아해서 설계를 하는 중이고, 작업에서 흥미로움과 새로움을 찾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기능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미적인 부분이나 기술적인 부분을 통해서도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 계속 의심하고,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설계에 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회사에서 역할이나 프로젝트를 나누지는 않고 모든 의사결정을 최대한 같이 내리려고 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남소장은 디자인 관련 의사 결정에만 집중을 하는 편이라면 김소장은 의사결정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모형을 만드는 일부터 현장에서 시공자와 직접 협의하는 부분까지 다 관여한다는 정도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이상주의자로, 나머지 한 사람은 이상을 실현하러 현실에 가는 모양새일 때가 많네요.
- ‘김남 건축’은 ‘품질이 높은 건축’을 만든다고 하셨는데, 이때의 ‘품질’이 어느 것을 의미하는지 궁금합니다. 품질이 높은 공간은 곧 좋은 공간으로 이어질 것인데, ‘김남 건축’이 생각하는 ‘좋은 공간’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건축물이 만들어지고 쓰이는 과정을 보면 건축물에서 준엄함을 느끼게 됩니다. 건축은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것 중 가장 크고, 무겁고, 오래 쓰이는 것 중 하나죠. 그런 건물이 오래동안 남아 있기 위해서는 내구성도 있어야 하고, 세상이 변해도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시간이 흘러도 아름답게 남아 있을 수 있는 건물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 ‘김남 건축’에서 설계한 여러 건축물 중, 가장 애정이 가는 건축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해당 건축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시했던 점, 어려웠던 점 등에 대해 궁금합니다.
설계한 건물은 다 애정이 가는데, 가장 최근에 준공한 건물에 대해 소개해 드릴께요. <호숫가의 집>이라고 부르는데, 은퇴하고 서울을 떠나 시골에 집을 짓고 살기로 한 부부를 위한 집입니다. 설계의 시작 단계에서는 아파트에서 살다가 전원의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될 때 더 누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파트는 베란다에 빨래를 널긴 하지만 때때로 햇볕과 바람을 누릴 수 있는 외부공간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예쁜 호수나 꽃밭을 바라보려면 전망 좋은 카페나 호텔을 찾아 가죠. 이 집은 주변이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고, 남쪽으로 그림 같은 호수가 있었습니다. 집 안과 밖을 드나들기 좋은 집, 신발을 신은 채로 돌아다니고, 직접 키운 작물을 말릴 수 있는 그런 집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설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규모를 타이트하게 유지하면서 건축의 의도와 공간감을 유지해 내는 것이었습니다. 공사비가 오르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고, 건축주분들의 예산에 대해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집의 면적을 여유 있게 쓸 수는 없었어요. 그러면서도 답답하지 않고 쓰기 좋은 집을 만들고 싶어서 크기에 대한 검증을 다각도로 해야 했습니다.
- ‘2023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 인터뷰’ 영상에서, 여러 후회들을 하나하나씩 극복해서 더 나은 건축가가 되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는데, ‘더 나은 건축가’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가 궁금합니다. 최종적으로 이루고자하는 건축가에 대한 목표가 무엇인가요?
저희는 건축에 다양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에 대해 배려하는 측면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진보하는 것도 중요하고, 건축 자체의 논리에 있어서도 새롭고 흥미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더 나은 건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좋은 건축가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뛰어난 건축물이 만들어지면 그것은 감상할만한 건축, 배울 것이 있는 건축이 되고, 건축의 역사에서도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있는 작업을 많이 할 수 있는 건축가가 되는 것이 저희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남 건축’의 건축가 2분이 모두 여러 대학교의 교수직도 병행하셨는데, ‘건축가’라는 직업 외에 새로운 ‘교수’ 직업을 가지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교수’ 직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다른 목표 혹은 또 다른 의미의 보람 등, 두 가지 직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어나가실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한 종류의 프로젝트에 대해서 8명에서 10명 정도가 어떤 다른 생각을 하는지 읽어볼 수도 있고, 저희가 한 크리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볼 수 있고요. 학교의 설계는 현실의 건축보다 훨씬 제약이 적다보니 정말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학기 초에는 몰랐던 사실을 학생들이 알게 되는 것을 보면 즐겁기도 하고요. 두 가지 일을 같이 하는 것은 어렵다기보다 시간관리의 문제가 좀 있을 뿐인데요. 예전에 회사가 덜 바쁘던 시절에는 둘 다학교에서 가르쳤지만, 요즘은 두 사람 중 한 명만 학교에 나가면서 시간관리를 좀 할 수 있기도 합니다.
- ‘김남 건축’의 건축가 2분 모두 해외에서 유학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건축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신데,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의 경험에서 특별히 얻을 수 있었던 사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학이나 교환학생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일단 전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건축가들이 모여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환경이라는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학기말이 되면 프랭크 게리, 장누벨, 리차드 마이어, (지금은 작고하신) 자하 하디드 같은 사람들이 리뷰를 하러 오기 때문에 각자가 듣고 있는 스튜디오가 아니더라도 다른 학년 리뷰들도 들으러 다니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와 회사 모두 패브리케이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분위기였습니다. 저희가 유학을 한 게 2007년 전후인데, 이미 CNC 로봇과 3d 프린터를 쓸 수 있었고, 건축을 위한 큰 목공샵도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회사에는 기기도 많았지만 전속의 장인들이 상주하고 있어서 직접 이것저것을 만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손으로 자를 수 있는 라이싱이나 우드락 같은 재료를 주로 사용한 반면, 유학 중이나 회사에 다닐 때는 나무나 금속으로 모형과 샘플을 만들고, 콘크리트나 레진을 이용한 캐스팅 작업도 많이 했습니다. 형태와 재료의 실험에 대한 제약이 훨씬 적다 보니 상상의 범주가 커졌습니다. 해외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한국과 다른 것을 찾아서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어(혹은 가게 될 나라의 언어)를 매우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언어가 되지 않으면 보통은 배울 수 있는 것이 훨씬 줄어듭니다.
- 창조적인 설계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매 학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구체화해나가는 여러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학교 다닐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리지 않아서 매우 괴로워했습니다. 저(김)는 저학년 때 케이스스터디를 하면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창의력이 저해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케이스스터디를 안하려고 한 적도 있었는데요. 설계를 오래하면서 좋아하는 건축가의 작품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책과 도면을 구해 보기도 하면서 케이스스터디를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남의 작업을 보다 보면 건축과 관련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기가 더 쉬워지기도 하더라구요. 마치 아이가 독서를 하면서 쓸 수 있는 어휘가 늘어나는 것처럼 과정이 더 매끄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남들은 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어떤 생각을 했지? 이 방법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지? 그러면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겠네, 하는 식으로...
저희는 요즘도 최대한 많은 사례들을 습득하려고 합니다. 질문과는 조금 다른 취지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서는 사고를 확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표절을 경계하는 안전장치도 생기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베끼는 일을 방지할 수도 있으니까요.
- 현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혹은 건축의 길을 걷고자하는 여러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건축 일이라는 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여유로운 일도 아닙니다. 다만 몰두해서 좋아할만큼 깊이가 있는 분야이고, 세상과 사람들에 도움도 되는 일입니다. 건축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마음 편히 즐기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