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가 곡선인 외부의 매스는 내부의 공간이 예상이 안 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창문 하나 없는 외관은 마치 4단 케이크를 두 동강으로 자른 것 같은 매스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콘크리트의 육중함이 느껴지지만 곡선의 매끄러움과 골판지 재질 무늬 덕에 가벼워 보이기도 했다. ···(기사 본문 중에서)
··· 제가 이 건물에 가서 느낀 것은 인위적인 단청이 없는 모습이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에는 단청이 오랜 시간을 거쳐 흐릿해진 모습을 사진 찍은 것인데요, 만약 저 위의 구조물들이 모두 화려하게 채색이 되어 있었다면 제가 그 내부에 들어가서 감동을 느끼는 일은 전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전통 건축을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에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사 본문 중에서)
···내가 주목해서 다룬 대만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그닥 궁금해하지 않는 아주 사소한 순간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나의 시시콜콜한 질문들이 독자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흥미롭게 받아들여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여행은 새롭게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궁금증은 각자의 것이니, 이 글을 통해 또다른 재미있는 사고가 나온다면 그것으로 기사는 역할을 다한 것이다. (기사 본문 중에서)
···오로지 자연광이 인도하는 방향으로 이끌리듯 걸음을 내딛다 보면 저절로 ‘경건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정해진 목적지도, 경로도 없이 저벅저벅 걸을 때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이, 눈 앞에 펼쳐지는 모든 풍경이 좋았습니다.
좋았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아마 이 공간들이 저에게 ‘태초’를 떠올리게 해서가 아니었나 싶네요. 인공적으로 지어진 건축물 내부에서 이러한 감상을 느꼈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공간, 빛, 그리고 나. 이 세 요소만 남겨진 상황이 그러한 감상을 유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사 본문 중에서)
··· 예술에 있어 문외한인 나는 미술관에 가기 전 마우리치오 카텔란이라는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도전적이고 유머러스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라는 정보와 함께 나는 카텔란 작품의 이미지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미 전시를 다 본 게 아닌가?